제가 분양을 받은 오피스텔이 준공 2년이 넘어가도록 관리인이 선임되지 않아 애를 먹었고 최근에야 관리단집회를 성사시켜 관리인이 선임되었습니다. 많은 집합건물들이 이러한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관련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으로 관리인 선임 이후의 관리업체 교체와 하자보수의 문제에 대해 다뤄봅니다.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두 번째 관리단집회를 통해 "관리인 선임"이라는 큰 성과를 이루었지만 이는 오히려 새로운 싸움의 서막이었습니다. 많은 소유자들이 관리단의 위상이 회복되면 관리체계가 곧바로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았습니다. 관리단이라는 공식기구가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관리업체는 건물을 떠나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갔고 하자보수는 여전히 진전이 없었습니다.
버티는 관리업체와 계약 해지 절차
관리단의 첫 과제는 기존 관리업체와의 계약 해지였습니다. 그러나 그 계약서의 조항은 시행사와의 수의계약으로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게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었고 관리단의 해지 통보를 무효로 만들기 위한 법적 대응까지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관리업체는 “계약 기간 중 해지 시 위약금”이라는 조항을 근거로 부당한 계약 해지라며 손해배상까지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관리단은 관할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법무법인의 집합건물 전문변호사와 법률 상담을 통해 계약 무효 사유와 절차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약 체결 당시 투명한 경쟁 입찰 없이 시행사 주도로 이뤄진 사실, 계약서의 일방적 조항, 그리고 관리비의 불투명한 사용 내역 등을 자료로 정리하여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관리비 사용 내역과 회계자료를 공개하며 여론전을 펼쳤고 해당 업체가 내부적으로 운영상 큰 결함이 있음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습니다. 결국 일부 소유자들도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고 법적 절차에 앞서 집회에서 관리업체 해지 의결을 다시 한번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에 동참해 주었습니다. 현재는 신임 관리인의 주도하에 새로운 관리업체와의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기존 관리업체에는 계약해지 통보를 한 상태임에도 기존 관리업체는 나가지 않으려고 버티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이제 신규업체와 기존업체 사이의 법적 다툼 외에도 여차하면 사실상 물리력까지 동원될 수도 있는 실력적 다툼까지 예상하고 있기도 합니다. 원만히 해결된다면 기존 관리업체를 내보내고 신규 관리업체를 관리단의 통제나 감사 하에 두고 투명하고 깨끗한 관리운영이 이루어 지기를 기대합니다. 소송 전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니 만약 이렇게까지 문제가 비화된다면 이 부분은 별도의 포스팅으로 다뤄 보려 합니다.
시행사 시공사와의 하자보수 문제 해결
또 다른 큰 산은 바로 건물의 심각한 하자 문제였습니다. 저희 오피스텔은 준공 직후부터 천장 누수, 배관 역류, 주차장 균열, 방수 미시공 등 크고 작은 하자가 계속되어 왔지만 시행사와 시공사는 해결하겠다는 말만 할 뿐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여 왔습니다. 기존에는 관리인이 없어 이 문제를 풀어갈 구심점이 없는 상태였으나 2차 관리단집회에서 관리인을 적법하게 선임하면서 문제 해결의 가닥이 좀 잡혀가고 있습니다. 관리단은 하자진단 전문업체를 섭외하여 전수조사를 진행했고 정식 보고서를 통해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각 호실 소유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사진 자료를 수집하여 공동의 입장을 마련했습니다. 보고서를 근거로 관할 시청에 민원을 넣고 하자담보책임 기간 내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증명도 시행사에 발송했습니다. 그러자 이제야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시행사 측에서 시공사와 협의하겠다며 실무진을 파견했고 급한 주차장 누수 문제 등 공용 부분의 일부부터 수습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 정도에 불과하고 완전한 해결과는 거리가 있는 상태입니다. 전문변호사의 조언으로는 결국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 역시 정식 법원감정까지 거쳐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 역시 진행이 되는 상황에 따라 포스팅하여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오피스텔 집합건물 관리단 문제를 통해 느낀 점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소유자들이 실거주 비율이 월등히 낮은 집합건물입니다. 대부분 투자형으로 취득한 상태이므로 본 오피스텔이 있는 지역이 아닌 서울이나 타지역 거주자가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유자들 사이의 신속한 의사전달이나 정보 공유가 되지를 않았고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는 것에 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소유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관리업체 문제와 하자 문제를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2년 가까운 침묵을 깨고 최소한의 대응을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1차적으로 관리인을 선임하게 된 점에서 이 문제들을 풀어갈 단초라도 마련되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오피스텔의 특성상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하였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힘이 되었던 건 결국 소유자들 간의 연대의 힘이었습니다. 초반엔 누가 주도하느냐를 두고 일정기간 잡음도 있었지만 공동의 목적이 분명해지자 점차 입장을 조율하고 힘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관리단 임시임원진과 자원봉사자들이 소유자들에게 일일이 연락도 하고 관리단 단톡방을 만들어 80%에 이르는 소유자들을 결집시키는 등의 노력이 빛을 보게 된 것입니다.
이번 블로그 시리즈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가장 큰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관리단집회는 단순한 회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건물의 소유자들이 직접 관리에 참여하고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으며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결정하는 출발점입니다. 소유자로서의 권리를 찾고 이와 관련된 의무를 다하면서도 더 나은 공간을 만들고 내 재산을 지켜가야 한다는 믿음과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물론 이제 시작일 수 있고 앞으로도 많은 난관을 헤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관리업체 교체 이후의 과도기, 지속적인 하자보수, 그리고 또 다른 갈등들. 그러나 이번 과정을 통해 저를 포함한 많은 소유자들은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글이 같은 고민을 가진 다른 집합건물 소유자 분들에게 작게나마 참고와 위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매우 유명한 법언과 같이 그 주인의 권리를 지켜내는 첫걸음은 바로 관리단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글을 맺습니다.